《격기3반》을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인물과 집단 간의 관계를 성별 구도로 해석하게 되지만, 단순히 남성과 여성으로 나누어 보는 것은 조심스러워야 한다. 흥미로운 점은 ‘피의 사회’에서 서로를 해치고 증오하는 집단은 주로 남성의 외형을 지닌 반면, 타인을 위하고 서로에게 호의적인 ‘집단’에는 반드시 여성이 포함되어 있으며 여성의 주도로 그 집단이 움직인다는 점이 있다.
![[이창을 살리기 위해 돌진하는 보미, 밥샵, 포비]](attachment:70bfb22f-cc27-44fa-920d-164b8f2d5fcf:%EC%8A%A4%ED%81%AC%EB%A6%B0%EC%83%B7_2025-10-15_024346.png)
[이창을 살리기 위해 돌진하는 보미, 밥샵, 포비]
개인적인 해석으로는 이것이 단순히 ‘남성 = 파괴, 여성 = 평화’라는 평면적 설정이 아니라고 본다. 실제로 파괴와 혐오에 맞서 싸운 이현걸, 굴다리 내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실험을 묵인 했던 적두 같은 인물이 존재했음을 고려하면, 성별로 역할을 단정 짓는 것은 무리다. 오히려 주목할 부분은, 평화를 지향하는 집단에는 항상 남녀가 혼합되어 있었다는 점이다. 즉, 작가님은 여성을 평화의 상징으로 우상화하기보다는, 융합의 대표적 상징으로서 혼성을 강조하려 한 것이 아닐까 한다.
![[남여가 구분 없이 함께 놀고 있는 모습, 가벼운 몸 터치도 대수롭지 않게 나옴]](attachment:c5f0048f-a8a9-4020-aeae-a58d92c78deb:a17e1436-8b17-483b-b90f-41d65551989e.png)
[남여가 구분 없이 함께 놀고 있는 모습, 가벼운 몸 터치도 대수롭지 않게 나옴]
이 해석을 뒷받침하는 장면은 남일고 학생들의 친구 무리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들은 남녀 혼성 그룹이거나, 여자끼리 우정을 다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특히 여자끼리 형성한 우정은 기존 소년 만화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되었던 소녀들의 관계를 부각하며, 전형적 소년 만화 구조를 비틀고자 하는 의도로 읽힌다.
![[방금 전까지는 싸웠지만 금방 우정을 다지는 향지, 태영]](attachment:4b96bfa7-b7a7-4b76-a334-275701a80321:%EC%8A%A4%ED%81%AC%EB%A6%B0%EC%83%B7_2025-07-29_011405.png)
[방금 전까지는 싸웠지만 금방 우정을 다지는 향지, 태영]
반면 제철공단과 파이트 클럽은 남성 중심의 폐쇄적 사회로 묘사된다. 제철공단의 간부 주란이가 여성이라는 설이 있지만, 실제로 그녀의 영향력은 거의 없다. 파이트 클럽 관중 역시 몇 인물을 제외하면 대부분 남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의도적이라고 느껴질 만큼 폭력과 도파민에 의존한 광적인 쾌락이 지배당한 남성의 외형을 부각한다. 이러한 남초적 구조는 힘과 폭력에 중독된 사회의 폐해를 상징하며, 균형과 타인에 대한 배려가 결여된 세계가 얼마나 쉽게 붕괴하는지를 보여준다고 생각했다.
![[화면 너머로 입냄새 남]](attachment:400a2483-5dfe-4995-b6cc-a76b1fb64a96:%EC%8A%A4%ED%81%AC%EB%A6%B0%EC%83%B7_2025-09-30_182342.png)
[화면 너머로 입냄새 남]
![[주란 빼고 놀랍도록 모든 인물이 남성의 외형임]](attachment:06e1adeb-61ff-4fb5-a474-01585ce435e5:%EC%8A%A4%ED%81%AC%EB%A6%B0%EC%83%B7_2025-09-30_184150.png)
[주란 빼고 놀랍도록 모든 인물이 남성의 외형임]
![[칼찌 칼찌 푹푹]](attachment:e1c40d82-ffaa-4fb5-8c7c-b58d0d712567:%EC%8A%A4%ED%81%AC%EB%A6%B0%EC%83%B7_2025-09-30_184550.png)
[칼찌 칼찌 푹푹]
이와 달리 여성 인물들이 중심이 된 관계는 유대와 공감, 그리고 ‘함께 살아남는 법’을 제시한다. 이 대비는 단순한 성별의 대립이 아니라, 소통과 융합의 가능성을 품은 인간 관계에 대한 찬가로 읽힌다. 작가가 남초 사회의 폐쇄성을 비판하고, 남성과 여성이 공존하는 관계 속에서만 진정한 평화가 가능하다고 말하는 듯하다.